나무의 동안거(冬安居)
- 정 연 복 -
겨울 날씨가
제아무리 춥다고 해도
하늘 향해
온몸 단정히 곧추세우고
잠잠히 동안거에 든
나무를 어쩌지는 못하리.
긴긴 겨울 너머
새 봄이 올 때까지
꿈결같이 눈부신
연초록 새순이 돋기까지
북풍한설 속에서도
우뚝 선 채로
끝내 견디어 내리라는
저 나무의 고요한 신심을
세상의 그 무엇도
흔들어댈 수는 없으리.